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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학술활동: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 작성자 : 대한장연구학회 » 작성일 : 2018-11-27 » 조회 : 26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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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실학술활동 : 무엇이 문제이고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대부분 금전적 이득이 목적, 연구자 스스로 확인하는 기본적인 절차 거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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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해 도
한국연구재단 정책연구팀장

최근 언론에 보도된 한국 연구자들의 WASET 학술대회 참가문제 등으로 부실학술활동(부실한 학술지 및 학술대회를 통해 논문을 발표하는 행위 등)에 대한 사회적 불신이 커지고 있고, 급기야 언론과 국회에서 우리나라 학계의 전반적인 모럴 해저드를 문제 삼고 있다. 비록 부실학술활동에 참가한 학자들이 소수일지라도 이는 우리 사회에 매우 큰 충격을 가져다주었다. 왜냐하면 우리 국민들은 그래도 대학 교수 등 연구자들이 도덕적으로 가장 깨끗한 집단이라고 믿고 있는데, 최근에 불거진 부실학술활동, 연구비 부정, 대학원생에 대한 갑질 문제 등으로 그러한 믿음이 점차 깨지고 있기 때문이다. 

부실학술활동 문제와 관련하여 최근에 많은 연구자들과 대학들이 필자에게 다양한 질문을 하거나 요구를 하고 있는데, 이들은 크게 2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부실학회를 판정하는 명확한 기준이 무엇이냐 이고, 둘째는 연구자들이 안전하게 학술활동을 할 수 있도록 이참에 연구재단에서 학술단체에 대한 White List나 Black List를 제시해 달라는 것이다. 애석하게도 이 2가지를 명확하게 답변하는 것은 불가능할 뿐만 아니라, 현재까지 전 세계 어느 공적 기관에서도 해법을 제시하지는 못하고 있다.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OA(Open Access) 학술운동이 널리 퍼지면서, 이를 악용해 제대로 된 Peer Review 없이 고액의 논문 게재료만 받아 챙기는 약탈적 학술출판업자들이 등장하였다. 구체적으로 1990년 후반부터 학술출판의 성격이 변화되기 시작하였는데 논문의 저자에게 출판비를 받고 해당 논문은 온라인으로 개방하는 새로운 출판모델인 APCs(Article Processing Charges)가 도입되면서 이 모델을 악용하는 사례가 등장한 것이다. OA기반 APCs방식의 출판 모델은 새로운 과학지식을 신속하게 전파한다는 숭고한 목적으로 시작되었고, BioMed Central 등 여러 OA 학술출판사들이 그러한 목적과 상업적 성공을 동시에 거두었다. 이처럼 초기 진출한 OA기반 APCs방식 출판사들의 성공에 자극을 받아 인도, 아프리카 등에서 후발 주자들이 많이 생겨났고 이는 필연적으로 부실로 이어졌다. 

이러한 후발 주자 중 대표적인 출판사가 바로 OMICS Publishing Group이다. OMICS는 Srinibabu Gedela라는 인도인이 2008년에 설립하였으며, 최근 국내·외적으로 부실학술활동 논란의 중심에 있다. OMICS가 주장한 바에 따르면 OMICS는 다양한 분야의 수백 개의 온라인 저널과 컨퍼런스 시리즈를 운영하고 있고 OMICS 학술지는 동료심사를 거쳤으며 저명한 학자들이 편집을 하며, 그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은 다른 학자나 과학 저널에서 널리 인용되고 있다. 그러나 미국 FTC(Federal Trade Commission, 연방거래위원회)는 2016년 8월에 OMICS가 부당한 방법으로 저널에 수록할 논문과 컨퍼런스 참여자를 모집하였다고 미국 법원에 고소하면서 연구자들에게 약탈적 학술활동에 대한 주의를 당부하였다. 참고로 FTC가 고소장에 밝힌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이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OMICS는 제출된 논문들에 대해 동료심사를 하지 않았으며 저자에게 심사평을 거의 주지 않았고 필요 없는 편집만 하는 경우도 있었다. 둘째, OMICS는 허락 없이 특정 학자를 저널의 편집자로 임명하였다. 셋째, NIH는 OMICS의 출판 관행의 윤리적 측면에 대한 우려가 있어 OMICS가 출판하는 어떤 저널도 PudMed에 색인하는 것을 거절하였다. 넷째, 저자들은 OMIC의 출판비용은 출판이 된 후에야 알게 되었다고 말했고 저자들이 그들의 논문을 철회하도록 요청한 후에도 OMICS는 무조건 그들의 논문을 출판하였다. 

이와 같은 부실학술활동의 실태가 본격적으로 알려진 것은 미국 콜로라도대학의 사서이었던 Jeffrey Beall이 2008년부터 개인 블로그에 부실학술단체리스트(Beall’s List of Predatory Journals and Publishers)를 게시하기 시작하면서부터이다. 2013년에 Beall은 부실한 OA저널이 OA논문의 5-10%를 발간하고 있고 OA저널의 25% 이상이 부실하다고 추정하였다. 그러나 부실학술단체 판단을 위해 비올리스트를 활용할 때에는 좀 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 그 이유는 Beall의 Publisher list 중에 특정출판사가 다수의 학술지를 보유한 경우, 한 두 개가 약탈적 저널임에도 그 출판사가 펴내는 모든 저널이 약탈적이라고 인지할 수 있는 오류가 있고 비올리스트는 전적으로 Beall 개인의 판단에 따라 작성된 것이기 때문이다. 참고로 최근 문제가 되고 있는 Proceedings of WASET은 2007-2008년 사이에 SCI에 등재되어 있고, OMICS 발행저널 중 13종은 2010~2014년 사이에 Scopus 등재되어 있었다. 또 어떤 저널은 과거에는 나름대로 제대로 된 Peer Review 제도를 운영하는 등 정상적인 저널로 운영되다가 점차 부실해지는 경우도 있고, 이와는 반대로 과거에는 Peer Review 제도를 제대로 운영하지 못하는 등 부실하였으나 점차 정상적인 저널로 발전하는 경우도 있다. 이처럼 복잡한 구조 때문에 특정학술단체의 부실 여부를 판단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문제이나 부실학술단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부실학술단체가 무엇인지에 대해 합의된 정의는 없으나, 이들은 일반적인 학술단체와 달라 지나치게 금전적인 부분을 강조한다. 통상 정당한 저널이나 컨퍼런스처럼 보이게 하는 등 연구자를 속이고 연구자의 노력을 약탈해가기 때문에 이들 단체의 성격을 영어로 Predatory, Hijacked, Fake, Bogus, Questionable 등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나 공적기관이 부실학술단체 리스트를 직접 만들어 제공하고 있는 사례는 아직까지 보고된바 없다. 현실적으로 법률적 근거 없이 공적기관에서 특정학술단체를 정상단체와 부실단체로 명확히 구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결국 특정학술단체가 부실한지의 여부는 관련된 학계가 스스로 판단해야 한다. 

참고로 부실학술활동과 관련하여 미국 FTC가 2016년 6월에 연구자들에게 보낸 주의 메시지에는 “부도덕한 학술출판업자를 알아내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자신들의 명성을 과장하거나 저명한 저널명과 유사한 저널명을 사용하여 자신을 합법적으로 보이게 한다. 따라서 잘 알지 못하는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려면 연구자 스스로 3가지를 질문해야 한다.”고 권고하고 있다. 그 질문내용은 “도서관 사서는 뭐라고 할까? 논문 게재료를 사전에 언급하고 있는가? 저널의 출판과정이 적절한가?”이다. 한편, 미국 국립보건원(NIH)는 2017년 11월에 계약자, 연구자, 사서 등 모든 이해관계자들에게 저자가 다음 3가지 사항을 따를 수 있도록 도와줄 것을 권장하였다. 첫째, 연구 진실성과 출판 윤리의 원칙 준수, 둘째, 전문적인 학술 출판계에 의해 시행되고 있는 모범적인 관례를 따르는 학술지 구별하기, 셋째, 분명하고 엄격한 동료심사가 없는 저널에 논문을 투고하는 것을 피하기 등이다.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부실학술활동에 대한 이슈는 매우 복잡하다. 그러나 연구자나 학자의 길을 선택하였거나 선택을 고려하고 있는 자라면 이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부실학술활동 관련 기록이 연구자나 학자로서 성장해 가는 과정에 발목을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차원에서 최근 연구재단이 전국 대학 등에 배포하고 홈페이지(알림마당-공지사항)에 게시한 두 가지 자료를 반드시 정독해 보기를 권고하는 바이다. 첫째는 캐나다 캘거리대학에서 발간한 “약탈적 학술지와 학회 예방 가이드”이고 둘째는 연구재단이 제정한 “부실학술활동 예방을 위한 권고사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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